[단상] 공부할 때 필요한 '세친구'
삼고(考, 苦, 孤) 세 친구
이미 지난 세월이 나는 안타깝지만
그대는 이제부터 하면 되니 뭐가 문제인가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그날까지
미적대지도 말고 너무 서둘지도 말게
퇴계 이황이 도산서원에 머물 때에 한양에서 찾아온 제자에게 준 ‘자탄(自歎)’이라는 시다. ‘자기는 이미 늙었지만 그대는 젊으니 성심껏 노력하면 잘 될 것이라’고 권면한 내용이다. 이 시를 적어본 것은 바야흐로 꽁꽁 얼었던 겨울은 가고 조만간 진달래가 피는 봄이 성큼 다가올 것을 기대해 본다. 혹시나 마음의 겨울을 보내고 있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까 싶어서다.
느릿느릿 시간이 갈 줄 알았다. 벌써 1월의 끝자락을 향해 달리고 있다.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화살처럼 빠르게 내닫고 있다. 다가올 봄은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최대의 적이다. 이 적을 이길 수 있는 ‘세 친구’를 적극 권한다. 그것은 일명 ‘쓰리고’다. ‘쓰리고’는 ‘속이 쓰리고 아프고’할 때 먹는 위장약이 아니다. 고스톱에 쓰리고도 아니다. ‘쓰리고’는 ‘三고(삼고)’다. 제 친구 삼고를 소개(제 친 소)합니다.
考=생각하는 공부다. 곱씹어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하다. 왜 이럴까 저럴까 고민이 담기면 된다. 무엇보다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항상 생각해야(기도하는 마음으로)한다. 공부의 목표는 누군가가 쓸 수 있는 잘 준비된 사람이 되는 일이다. 끊임없는 목표에 대한 되새김질이 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공부하면서 밀려오는 유혹을 견딜힘을 상실한다. 또 합격하게 되더라고 선한 영향력이 아닌 악한 일을 도모하게 된다.
苦=힘쓰는 공부다. 공부는 힘들고 고통스럽다. 특히 공부가 습관화가 되지 않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공부는 거의 대부분이 반복과 훈련에 연속이다. 지겹다.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오죽하면 전도서에서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한다고 했을까? 사실 고통스러워서 친구 만들기는커녕 때려치우고 싫고, 더 멀리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고통스러움도 잠깐이다. 공부에 매달리다 보면 쉬어진다. 재미가 생긴다. 고진감래라는 말을 되새겨 보는 게 어떨까? 무엇보다도 공부할 때 나중에 누릴 행복한 마음으로 생각하면 힘듦을 즐거움으로 바꿔 보기를 바란다.
孤=외로운 공부다. 스터디그룹으로 공부한다. 하지만 결국 혼자 공부한다. 모여서 공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서로의 푸념 털어놓는 시간이 되기 일쑤다. 한 두 시간은 금방이다. 그 시간에 고독을 즐겨라. 그리고 주말엔 숨을 쉴 시간 있지 않는가? 러닝크루들과 뛰면서 공부 스트레스 날리면 되지 않는가? 나머지 시간에는 책과 씨름하기를 바란다. 외로움과 싸우기 위해서는 독해져야 한다. 거룩한 독기를 품고 외로움을 이겨라!
공부는 거룩한 일임을 기억하라. 공부하기 전에 기도하라. 왜 공부할 땐 기도 안 하는가? 간절히 사모하고 그것을 간구하자! 거룩한 일이기에 악한 무리(?) 파상적인 공격이 있기 때문에 그 싸움에서 이기려면 필요하다. 삼고(考, 苦, 孤)를 친구 삼아 열공 모드로 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