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고전/도전 목민심서4>
제1장 부임육조: 제배, 치장, 사조, 계행, 상관, 이사
사조(하직인사)에 이어 계행(부임행차)다. 우선 정약용 선생께서도 임금님(정조) 21년에 하직인사를 올릴 때 일화가 있다. 정조께서 정약용에게 이렇게 당부했단다. "내가 특별명령으로 너를 임명했으니 가서 잘해 나에게 부끄러움을 주지 않도록 하라"라고 말이다. 당시 임금님(정조)께서 목민관으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다 일일이 당부했는지는 모르지만 정약용을 특별히 아끼셨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 말을 들은 정약용 선생도 등에 땀이 줄줄 흘렸다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부임6조에 내용을 요약하면 임금님으로부터 목민관으로 임명을 받고(제배 편), 부임지에 가는데 옷차림이나 교통수단이나 동원인력들에 대한 언급(치장 편), 조정대신이나 임금님께 부임지로 간다는 하직인사까지 했다. 목민심서에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나왔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대부분의 언론이 다산 전문가의 입을 빌어 말할 때 인용하는 것이 오직 '청렴'만 강조하다 보니 목민심서 안에는 청렴만 있었나 싶었다. 목민관의 가이드북같다. 친절하게 세밀하게 적어놓은 매뉴얼이다.이제 마저 계행(부임행차), 상관(취임), 이사(취임첫날 집무) 한꺼번 다 보고자 한다.
제1장 부임육조: 제배, 치장, 사조, 계행, 상관, 이사
계행(부임행차)
ㅣ 해석
* 부임길에 올라서도 또한 장중하고 부드럽고 간결하고 과묵하여 마치 말을 못 하는 사람처럼 해야 한다.
* 길을 가는 데(미신으로) 꺼리는 곳이라 하여 바른 길을 버리고 딴 길로 돌아서 가려고 하거든 마땅히 바른 길로 가서 사괘 한 말을 깨뜨리도록 해야 한다.
* 관청에 귀신과 요괴가 있다고 해서 아전이 기피할 것을 말하여도 조금도 구애받지 말고 선동하는 풍속을 진정시키도록 해야 한다.
* 관부를 두루 방문하여 마땅히 그 고을의 수령으로 먼저 와 있는 자로부터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를 귀담아들을 것이며 농지거리(쓸데없는 말장난)로 밤을 보내서는 안 된다.
* 부임하는 전날 밤은 마땅히 이웃 고을에서 잠을 자라
ㅣ 음
啓行在路에는 亦唯莊和簡黙하여 似不能言者니라. 계행재로에는 역유장화간묵하여 사불능언자니라. 道路所由에 其有忌諱하여 舍正趨迂者는 宜由正路하여 以破邪怪之說하라 도로소유에 기유기휘하여 사정추우자는 의유정로하여 이파사괴지설하라 廨有鬼怪하여 吏告拘忌어든 宜竝勿拘하여 以鎭煽動之俗하라. 해유귀괴하여 이고구기어든 의병물구하여 이진선동지속하라. 歷入官府 하여서든 宜從先至者 하여 熟講治理 요 不可諧謔竟夕 이나라 역입관부 하여서는 의종선지자 하여 숙강치리 요 불가해학경석 이니라 上官前一夕은 宜宿隣縣.이니라 상관전일석은 의숙인현이니라. |
ㅣ한자뜻
* 계행( 啓行): 길을 떠남. * 似(닮을 사): 닮다/ 인 듯하다/ 것같다 *소유(所由) : 지나는 곳. 기휘(其諱) : 꺼리고 싫어하는 일.
* 諱(숨길 위): 숨기다/꺼리다 *忌(꺼릴 기):꺼리다 * 趨(달아날 추): 빨리/서두러 (촉) * 迂(굽을 우): 굽다, 피하다, 멀다
*구기(拘忌) : 꺼리는 것. * 拘(잡을 구): 잡다/구속하다/거리끼다 * 竝(아우를 병) * 鎭(진압할 진):진압하다 * 煽(부채질할 선)
* 俗(풍속 속). *역입(歷入) :두루 두루 찾아봄. *숙강(熟講) : 자세히 강론하는 것. * 廨(공해 해): 공무를 집행하는 청사
*해학(諧謔):익살스럽고 품위 있는 농담.(여기에선 쓸데없는 농담)
ㅣ여러 생각들
당시 목민관들이 가는 길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말 못 하는 사람처럼 하라'에서만 봐도 그렇다. 막강한 권한(입법, 사법, 행정) 지닌 목민관들이 목에 얼마나 힘들이 들어갔을까? 말과 행동을 거침이 없었을 것이다. 자기 세상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그걸 정약용 선생께서도 말과 행동으로 부임 전에 문제를 일으켰던 경우도 목도하셨을 것이다. 본인 자신도 느꼈을 것이다. 말과 행동에 겸손 또 겸손하라는 당부다.
목민관 가기 전에 여러 미신들을 사전에 들었을 것이다. 모름지기 목민관이라면 미신들에 사로잡히지 말고 임금님의 명을 받고 가는 것이니만큼 백성들을 잘 돌볼 생각을 하는데 집중하라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부임지에 '귀신과 요괴' 얘기까지 나온다. 왜 저런 얘기 많았을까? 목민관이 먼저 그 귀신과 요괴 등에 현혹되지 않고 혹여 그런 생각을 가진 아전들이 있다면 그런 것이야말로 백성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질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풍문이 부풀려져서 그런 것이고 관리부터 출처가 없는 얘기는 정확히 밝혀 일이 켜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경험자의 얘기를 주목하라는 것이다. 물론 선입견을 가지고 가게 되면 사람이나 부임지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질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정보를 부임할 목민관이 최대한 그 지역의 현안파악이 중요하다. 먼저 업무파악된 사람을 얘기를 깊이 있게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농담 따먹기 얘기하지 말고 백성들에게 어떤 사랑태도를 지녀할 지도 더 고민하라는 얘기다. 그래서 마지막에 인접 이웃에 머물면서 부임지 백성들에게 취할 태도와 자세를 재정비시간을 가지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 근데 언제 부임지에 들어가나? ㅎㅎㅎ
태도가 전부다. 그리고 태도는 전염된다. 목민관이 부임 6조 나온대로 하게 되면 옷차림,마음,행동은 고스란히 하급관리에 전해진다. 어린아이가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고 배우듯 그대로 하급관리의 행동방식은 백성들에게 전파될 것이다. 목민관이 사람(백성)을 대하는 태도에 의해 그 지역 백성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리더십의 정의는 '영향력'이다. 더 구체적으로 '지속적으로 미치는 선한 영향력' 말이다. 한 목민관이 살얼음 걷듯이 부임6조 정신을 그대로 재현할 때 국민들에게 그 영향이 안 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