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낚시] 공감적 경청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제가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요?'
저의 사소한 문제들도 유심히 귀 기울여 듣고 자신의 일처럼 염려하는 당신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습니다. 해결의 길에선 아직 멀리 있어도 제 말을 잘 들어준 것만으로도 이미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온몸과 마음을 집중해서 저를 들어주는 당신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했습니다. 중간에 끼어들고 싶을 적이 없지 않았을 텐데도 저의 말을 하나도 가로막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 당신의 인내에 감동하면서 저도 그리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판단은 보류하고 먼저 들어주는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 배웠습니다.
잘 듣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기다리고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 편견을 버린 자유임을 배웠습니다./필요 이상으로 말을 많이 하고 주제넘게 남을 가르치려고 한 저의 잘못이 떠올라 부끄러웠습니다. 소리로서의 말뿐 아니라 저의 사소한 행동과 상황에도 민감하게 귀 기울이며 제가 해야 할 바를 넌지시 일러주는 당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잘 들어주는 이가 없어 외로운 이들에게 저도 당신처럼 정성스러운 사랑의 벗이 되고 싶습니다. 이렇듯 선한 갈망을 갖게 해 주신 당신에게 늘 새롭게 감사드립니다. (p129-132)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이해인 산문집에서)
한 정치인이 어린시절에 겪은 얘기다. 혼자 말을 독점하고 남의 말을 가로채는 버릇이 있었단다. 그로 인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마음을 다 잡고 이 버릇을 고치겠다고 책상 앞에 '침묵'이라고 크게 써 붙었단다. 이게 처음엔 잘 되겠는가? 안 되겠다 싶어 책장 앞에도, 책갈피 속에도, 화장실 벽에도, 심지어 손목시계 유리 위에 등 눈에 보이는 곳에다 죄다 '침묵'이라고 써 붙었단다. 결국엔 몇 년 계속한 끝에 고쳤다는 것이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사람은 대화의 파트너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경청이야말로 최고의 대화'이다"
라는 그가 남긴 말이 있다.
대화의 핵심은 수사학에 있는 게 아닌 상대의 말에 공감적 경청하는 심리학에 있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르면 대화의 자격을 잃는 사람이고 인간실격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경청(傾聽)[명사] 귀를 기울여 들음. 귀담아들음.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했다고 느낄 정도로 귀 기울여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누군가에게 사랑으로, 주의 깊고 정중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은 천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선물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선물을 줬는데, 그가 포장된 선물을 받고,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은 후 요모조모 살펴보다가 감격해서 감사를 표하면, 그것을 준 사람은 마음이 뿌듯하고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에이브러햄 슈미트는 “전적으로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상대방의 인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돌보아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공감적 경청을 통한 깊이 들어주기를 통해 곱게 포장한 내 마음의 선물이 잘 전해 지길 바란다.